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은 단순한 자동화 기술을 넘어 창작의 영역에까지 깊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AI로 만든 소설·시·각본의 예시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소설 쓰기, 시 창작, 영화 각본 작성 등에도 AI가 참여하며, ‘기계가 과연 창의성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죠. 특히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문장 생성 수준을 넘어, 완성도 높은 서사 구조와 감성적 표현까지 구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가 어떻게 문학과 영상 콘텐츠를 창작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소설, 시, 각본이 AI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AI 창작물의 특성과 장단점, 그리고 인간 작가와의 협업 가능성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AI 소설의 진화: 문학이 마주한 새로운 창작자
AI가 창작한 소설은 이제 단순한 실험을 넘어 하나의 문학 장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OpenAI의 GPT 시리즈입니다. GPT-3 이후 등장한 GPT-4, GPT-4o는 수십억 개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 작가처럼 인물 설정, 플롯 구성, 대화체 표현 등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플롯 생성기(plot generator), 스토리텔링 보조 도구, 또는 전체 소설 집필로 활용되며 실제 출판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 일본에서는 ‘AI 작가’가 참여한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소설은 인간 작가가 초반 설정과 문체 가이드를 제공하고, AI가 전체적인 줄거리를 완성한 구조입니다. 이는 창작의 일부 과정을 자동화하면서도 독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AI는 장르 소설, 특히 판타지, 로맨스, 추리물 등에서 템플릿 기반 이야기 전개에 강점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독자가 원하는 스타일(예: "셜록 홈즈 스타일의 추리물")을 입력하면 AI는 관련 설정과 사건 전개를 빠르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는 출판사나 웹소설 플랫폼에서 초고를 빠르게 확보하거나 시제품 형태로 활용하는 데 유용합니다.
물론 AI가 만든 소설은 아직 인간 작가만큼의 감성적 섬세함이나 문학적 깊이를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창작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반복적인 스토리 구조를 빠르게 정리해주는 도구로서는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 시(詩)의 특징과 문학성: 감성이 없는 감성의 표현
AI 시(詩)는 인간의 언어를 수치적으로 이해하고 패턴화해 작성된 텍스트이지만, 그 결과물은 종종 인간의 감성을 자극할 만큼 정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성형 언어모델인 GPT, Claude, Gemini 등은 문학적 수사법(은유, 반복, 대조)을 활용해 시적 문장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OpenAI의 모델이 만든 시는 인간 작가가 작성한 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려한 문장을 담고 있으며, 일부 문예 커뮤니티에서는 AI가 쓴 시를 공개하고 비평하는 게시판이 운영되기도 합니다. 특히 자유시나 산문시는 형식적 제약이 적어 AI의 문장 생성 능력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특정 주제(예: 이별, 자연, 계절, 사회적 이슈 등)를 입력하면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가 자동 생성됩니다.
예를 들어 "낙엽", "쓸쓸함", "초겨울의 바람"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음과 같은 시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낙엽은 지고 / 바람은 텅 빈 마음을 쓰다듬는다 / 초겨울의 창가엔 / 아직 이별이 머물러 있다
이처럼 AI 시는 감정을 '이해'한다기보다는, 감정에 부합하는 단어들의 패턴을 수학적으로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기에 AI 시는 깊은 철학적 성찰이나 인간 경험의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기계적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미학을 제안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시 창작 교육이나 창작 워크숍에서는 AI 시를 예시로 활용해 문체 분석, 창작 도전 과제, 창작 영감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시 창작이 어렵게 느껴지는 초보자에게도 AI는 시작의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AI 각본의 등장: 영상 스토리텔링의 자동화 가능성
AI가 작성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각본도 실제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영상 콘텐츠 제작 초기 기획 단계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선보인 AI 각본 영화 'Sunspring'입니다. 이 영화는 Recurrent Neural Network(RNN) 기반의 AI가 만든 시나리오를 실제 배우들이 연기해 제작된 작품으로, 다소 비현실적인 대사도 있었지만 “AI의 창의성이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논의에 불을 지폈습니다.
최근에는 더 진화된 GPT 기반 모델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대사 작성뿐 아니라 시퀀스 분할, 장면 설명, 인물 행동 묘사, 카메라 앵글 설정까지 다룰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의 3막 구조 영화 대본을 작성해줘"라고 요청하면, AI는 구조화된 플롯에 따라 대사와 장면을 자동 생성합니다. 일부 영상 제작 스타트업은 이를 기반으로 AI 각본-영상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빠르게 제작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AI 각본은 특히 웹드라마, 숏폼 영상, 광고 스토리보드처럼 제작 시간과 예산이 제한적인 콘텐츠에 적합합니다. 창작자가 대략적인 콘셉트와 인물 설정을 입력하면, AI가 기본 대본을 완성해주고 이를 인간 작가가 수정·보완하는 형태로 협업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창작 속도를 높이고, A/B 테스트용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AI 각본이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대체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 발굴, 콘셉트 정리, 프로토타입 작성에서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향후 실제 상영작 대본의 일부를 AI가 집필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론
AI는 이제 창작의 도구를 넘어서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소설, 시, 각본 등 다양한 문학·영상 콘텐츠 영역에서 AI는 빠르게, 다양하게, 반복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며 창작의 효율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인간의 감성과 철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창작자가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AI는 강력한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소설·시·각본은 단지 흥미로운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시작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창작의 시대를 더욱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